비누도둑 데모 1999 writer's note


지금 내가 작곡을 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중고딩 시절 들었던 클래식의 영향이 크다. 난 주변에 깔린 오로지 발라드의 물결이 듣기 싫어서, 그리고 라디오에서 음악이 아닌 광고와 쓸데없는 말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듣기 싫어서 93.1 mhz를 들었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락음악에 조금씩 빠져들었고, 결정적으로 밴드 빵의 자극에 의해 아, 그렇게 쉽게도 곡을 만들 수 있군... 하는 깨우침에 작곡을 하게 됐다. 지금도 고맙게 여기고 있다. 내 음악적 토양을 이루는 것은 클래식과 어린 시절 들었던 70년대 포크송이라고 할 만하다. 어쩌면 80년대 팝도 상관있을 지 모른다. 지금은 컨셉 개념으로 곡을 만든다. 순간순간의 감정들보다도 더 진하고 날카로운 것은 내 사상, 내 사상의 여러 돌출부와 접합지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노래들의 컨셉이나, 가사들은 책에서 영향받은 것이 많다. '사람들은 시계를 차'는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라는 책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아요'는 만화팬이라면 쉽게 알수 있겠지만 유시진의 [신명기]의 한 작고 예쁜 에피소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친구가 될래' 가사 중에 나오는 느린 자살이라는 말은 니체가 한 말이다. 그것 말고도 지금은 안 하는 곡들에도, 특정 작품의 영향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많은 곡들의 여기저기에 내가 읽은 책들이 녹아있다. 말하자면 그것들은 나 안으로 들어와 나를 만들었고, 내가 만든 뾰족한 모서리-노래-에 두드러져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