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11 포르노와 여자의 섹슈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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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의 남자들은 포르노에서 성을 배운다. 그런데 여자들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만화와 소설, 영화에서 로맨스를 배운다. 그래서 각종 기념일과 선물, 밥먹고 차마시고 데이트 등으로 꾸며지는 연애 관계는 종종 여자들의 관습을 따르지만, 성관계라는 본격 게임에 돌입하게 되면 역시 남자들의 관습이 기준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포르노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사상표현의 자유와 미풍양속 보수주의가 충돌하고, 또 한편으로는 남자들의 취미생활의 권리-또는 이윤법칙과 여성비하적이고 폭력적인 남성 섹슈얼리티를 생산하는 포르노를 반대하는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격돌한다. 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하여 나는 기본 해답은 허용과 규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포르노의 특정한 남성중심적 관음취향을 모든 성생활이 복제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 막는다고 막아지는 일도 아니고, 남자들의 성적 감수성에 (결과적으로는 여자들의 인생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금지보다는 더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포르노를 합법화하고 내용규제를 해서, 이를테면 모든 성교장면에 피임과정을 반드시 넣도록 한다면, 전국의 남자중학생한테 올바른 성교육수업을 받게 하는 것보다 더 손쉽게 피임문화를 확산시키고 여성복지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강간장면 금지는 당연할 것이고, 여성비하적인 경향을 막기 위한 세부사항으로는 벗고 나오는 시간이 여자와 남자가 같을 것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바람직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그려내는 등 '여성을 위한' 포르노 및 에로영화에는 아예 여성부에서 상을 주거나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자유롭고 평등한 남녀관계라든가 친밀하고 인격적인 성교 같은 것은 그 이상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핵심기술에 대해 개개인이 보고 배우며 따라할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교과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류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포르노는 반드시 '포섭'되어야 한다. 여자들이 기존의 사회적 관습과 성적 망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위한 바람직한 섹슈얼리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고자료가 필요하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의 섹슈얼리티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그럴만한 힘을 기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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