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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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의 변화
지금 당장의 인터넷 붐과 버추얼 리얼리티 따위가 인류의 상당히 된 버릇인 종교를 대체한다거나 하는 근본적 변화를 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수많은 방식으로 연결하는 네트의 건설은 충분히 현재 자본주의의 기존 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이 만들 수 있으며, 지역적 집단의 지위를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의 교류와 공동체 형성, 그 이상의 새로운 감각 영역의 개척 역시 인간의 생활영역과 존재방식에 확실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 지구 위에서 우리는 다른 사회를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구세대의 지연과 학연, 연고주의와 위계사회, 나이 테러리즘과 반대되는 것은 이제 공허하게 되풀이되는 민주주의 이상사회나 코스모폴리탄의 관념어가 아니라, '기계와의 친근성'이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기가 될 것이다. 전선이 재편성되는 것이다.
네트는 광대해
[공각기동대]의 명대사처럼, 네트는 넓디 넓고 우리가 지금 손을 뻗치는 가능성은 많고도 많다. n세대는 지금 탄생하고 있다. 지금 네트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n세대는 말초적으로? 사이버펑크와 닿아있다. 네트를 자신의 감각기관처럼 운용할 줄 알며, 그를 통해 세계를 인지하고, 그를 통해 쾌락과 고통을 배우는 것이다. 기계와 연결되어 인간은 새로운 자유의 영역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지금 인간이 개척하는 모든 새로운 영역에는 자본주의 법칙이 기를 쓰고 따라와 자유를 판매가능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싸움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상당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구 위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보혁명은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화해온 박테리아들의 정보시스템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겠다. 박테리아들은 진작에 유전자 교환이라는 방법을 통해 정보를 수평적으로 공유했다. 이제서야 인간은 초고속망을 깔고 동영상을 주고받는다. 벌써부터 정보의 흐름이 전통적인 물류의 흐름의 중요성을 대체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더 직접적인 교환과 결합이 가능해지면 그 모습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n세대 이후는 어디로 가나?
당장의 인터넷 붐이 쓸고지나간 다음엔 또 무엇이 유행할지, 그것까지는 확답할 수 없지만, (늙지 않는 약이 될지, 복제인간이 될지) '네트를 통한 개인의 연결을 특기로 하는' n세대 이후엔 어떤 또 다른 세대가 형성될지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 기계와 '친근함'의 다음 단계는 '기계와의 도착'이 될 것이다. 인간과 기계는 '연결'되기만 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기계 안에, 기계가 인간 안에 들어와 그 '잡종'으로서,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것이다. 그 전초전으로서 '도착'이라는 감수성 훈련이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 수준에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이버섹스다. 지금도 미국에선 초보적인 수준의 버추얼 리얼리티로 사이버섹스를 행한다고 알고 있다. 그것이 초보 딱지를 떼고 제대로 기능할 정도가 되면, 현실과 가상, 진실과 환상이라는 것에 대하여 인류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감수성을 발달시키게 될 것이다. 그때 'n세대 이후' 세대가 탄생한다. 이것은 아주 오랜 뒤의 얘기가 아니다. 별로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지금 n세대의 다음에 오는 세대는 기계와의 뿌리깊은 근친성을 특징으로 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전망이다. 아직까지 젊은 세대는 단지 기계와 '친근'할 뿐이다. 다음 세대에는 기계와의 '도착'이 주된 이슈로 떠오를 차례다. 거의 현실감에 가까운 사이버스페이스가 일상적 수준으로까지 확장되게 되면, 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는 명확하게 그 성향을 띌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게이머'는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원래 욕망에 대해서, 이미지는 가짜 실체의 이미지와 진짜 실체의 이미지가 차별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에 대해 가짜라고, 사기라고 단죄를 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그것과 버추얼 리얼리티가 뭐가 다르겠는가 말이다. 영화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무해하며 사이버섹스에 빠지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매트릭스]는 상당히 '고민없는' 게이머에 가깝다.
지금 당장 '어린 n세대'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젊지는 않다. 확실한 노화방지책이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을 생각할 때, 난 지금의 십대들이 대책없이 말려들곤 하는 '젊음의 특권의식'에서 조금만 벗어나 이성을 가지고 자신이 갖고 있는 힘, 그리고 세상돌아가는 원리에 대해서 자각을 했으면 한다. 원한다면, 그리고 제대로 한다면 우린 지금의 특권을 영원토록 가질 수도 있다. 그 특권은 물론 즐겁고 재미난, 모험과 가능성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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