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도 팔고, 도메인도 팔고, 나라도 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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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범을 아십니까?
옛날 옛적에, 그러니까 80년대 후반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인신매매범'이 왜 활개를 쳤는지에 대해, 지금은 왜 없어졌는지에 대해, 우리는 지금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있다. 그땐 '영계'를 찾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고, 지금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공급이 많은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성의식은 정말로 많이 달라져서 옛날엔 '몸 버리고 인생 쫑나야' 겨우 체념했던 '영계'들이 요즘엔 단지 좀 '인간답게' 돈을 써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적 써비스업에 종사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것이다. 갖가지 젊음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잠시 자존심을 누르고 아저씨들을 상대해 고수익을 올린다, 라는 것은 '배가 고파서' 라든가 '이왕 버린 몸' 이라든가 하는 구세대의 윤리와는 상관없는 나름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은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게 아닐까나.
한국에서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 중 (어떤 종류건) 접대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네명 중 하나라고 들었다. 한국이 태국처럼 성을 관광상품화하는 데도 아닌데 오로지 '내수용'인 그 산업의 공급을 다 채워주는 수요가 있다는 것은 참 기가 찬 일이다. 한국 남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되는 갖가지 성적 써비스들은 정말 지나치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아닌척, 가족이니 순결이니 하고 유교주의를 드높이니 역겨운 일이지. 서양 바이어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놀라는게 그 일상적인 접대문화라는데.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성적 써비스업(호스티스, 호스트, 매춘 등)이라는게 '자기를 완전히 내버리는 일'이라는 인식은 퇴색했다. 남한테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닌, 별로 떳떳치 못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다수를 지배하지만, 그게 뭐 그리 큰 일인가 하는, 얼마든지 있는 다반사로 취급하는 경향 역시 지배적이 되었다.
나라도 파는데
지금은 '몸팔기'가 부추김당하는 시절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성적 이미지 마케팅, 즉 '몸팔기'에 익숙해져 있다. 2000년 봄에 크게 히트친 018의 광고, 난 만 팔천원이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카피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도메인도 무주공산 사이버스페이스에다가 말뚝박아서 팔고, 심지어 나라도 파는 시절이다.
상상력도 팔고
(광고) 안심도 팔고
(보험) 나라도 파는데
(buy korea) 나의 몸이라고 못 팔으랴?
우리들 스스로도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판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자본주의 상도덕이 내재화되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우수한 인재라서 벤처에서 연봉 얼마에 비싼 몸값에 팔리는 것만이 자랑스럽고, 워낙 섹시하고 매력적이라 하루밤 얼마에 제일 잘 나가는 선수라는 건 무조건 부끄러우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남의 말 좋아하고 체면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나라이지만 한편에선 스스럼없이 웃음을 팔고, 성적 써비스를 판다.
** 달라진 가치기준을 보여주는 재미난 예가 바로 2000년 가을에 열린 제1회 미스황진이 선발대회가 될 것이다. 유흥업 종사자들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이 대회에서 뽑힌 여성들은 영화 '황진이'의 주연과 조연으로 캐스팅된다고 하며, 앞으로 2회 대회는 국제적인 규모로 열 것이라고 한다. **
경쟁윤리, 살아남기 컴플렉스
근래에 [이기적 유전자]를 시작으로 [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라든가, [섹시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 이런 제목의 책들이 인문학 분야에서도 번성하고 있는 것은 사회전반에 경쟁윤리가 만연한 것을 말해준다. 경제 분야는 물론 말할 것도 없고. 현대인들은 그 많은 기술문명의 혜택을 받아 옛날의 왕도 귀족도 누리지 못했던 생활의 편리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하나같이들 그다지 잘나고 행복하지 못하며 살아남기 컴플렉스에 걸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은 왜 하는 것인가? 에 대해서 우리는 회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기기 위하여? 승리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에? 그러나 기업이라면 몰라도 사람은 반드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식으로만 살아남지는 않는다. 체면이 모든 것이던 시절을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모든 것인 시절을 맞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잘 팔아서 얻으려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점은 확실히해야 할 것이다.
->섹시함과 여성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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