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어린애성만이 그대를 구원한다? -어린애성의 위대함 (미소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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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성'이라고 내가 쉽게 부르는 네오테니(neoteny)는 인간이 다 커서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렸을 때의 성질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다 큰 어른들이 여전히 우유를 먹는다던가, 학습과 놀이에 충실한 유아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지식을 갈구하고 놀이에 미친다든가 하는 것. 그런 성질들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네오테니(유태성숙幼態成熟)을 어원학적으로 따져보면 "새로운 것을 간직한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의 특성을 성인이 되어서도 갖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이점을 갖는다는 것인가? 원숭이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달이 차기도 전에 태어난 미숙아'이다. 미숙하고 허약한 아기는 부모의 보호 아래 '두뇌를 발전시키는' 훈련
을 쌓으며 자라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발육이 부진한 원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숙아로 태어나(아기) 평생 성장이 정지된 어린 원숭이처럼(어른)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허약성이야말로 가족과 문명이 탄생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얘기는 [마이크로코스모스]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범양사)에 나옵니다. 정말 끝내주는 책이지요.)
최근 삼사년 간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막강 인기를 몰고 있는 힙합 패션에서 어린애성이 발견되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힙합패션의 시작에 대한 하나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할렘가의 흑인 아이들은 여유옷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엄마들이 날을 잡아 옷을 다 빨아버리자, 입을 옷이 없는 아이들은 형들의 커다란 옷을
질질 끌며 거리로 나섰고, 이것이 '멋진 것'으로 유행을 타면서 저마다 자기 싸이즈보다 훨씬 큰 바지와 티셔츠를 헐렁하게 입고서, 그 패션으로 자기네의 문화를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토박이 힙합의 전투성, 앞날이 막힌 가난한 흑인 젊은이들의 울분과 증오, 정서들이 녹아들어간 힙합 음악과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힙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힙합패션의 그 사회비판적인 성향을 한국 힙합이 전혀 알지도 못하고 단지 겉멋들려 따라한다고 성토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본래 본래의 모습만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이미 죽은 것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한국의 힙합패션은 그 옷과 입는 사람과 보는 사람간에 어떤 '의미작용의 장'을 형성하는데, 너무 커서 흘러내리는 바지와 키에 비해 장난아니게 큰 신발은 '나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난 아직도, 여전히, 언제까지나, 어른이 아닌 자로서 여기 있다' 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언제까지나 애들로 남아있을 수는 없으므로, 즉 얼굴이 맛탱이가 가면 이미 탈락을 하므로 끝까지 갈 수는 없는 패션일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또다른
패션을 구사하게 될 것이고,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성원들이 공급될 것이므로, 지금 이 패션의 시간 안에서는 절대적인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애들로
서 남아있겠다는 이 강력한 의지는,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얻은 성격인 어린애성을 생각나게 한다.
스스로 취약점이 될지도 모를 어린애성을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갖고 있기에 인류에게 가능했던 특별한 성취들이, 지금의 힙합 세대에게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
이다. 그것이 어떤 도전을 가능하게 할지, 어떤 발상의 전환이나 사회적 관계의 변환을 가져올지,,, 기대는 맘대로지만 실현은 노력한 만큼일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남자이면서도 여전히 (아이처럼, 혹은 여자처럼) 보송보송한 피부를 지닌 미소년의 존재는 진화과정에서 앞서가는 인류의 '표현형'이라고 볼 수 있
다. 미소년은 문명화된 세계의 남성들이 떠맡은 갖가지 어색한 역할들-가부장이라든가, 지배자, 도전자로서 갖춰야할 그럴싸한 외양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화 얘
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어린애다운 모습을 사춘기 이후에도 계속 지니는 것은 스스로 유연성을 갖는 것이고, 어떤 주어진 역할에 맞추어 재단될 것을 거부하며,
따라서 엄청나게 변화할 사회에 적응할 능력이 있음을 함의한다.
1999.8.16
다음주엔
미소년이랑 미소녀가 다른 점에 대해 얘기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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