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북의 예능인과 남의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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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 북에서 온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놀라운 '기예'에 남조선
인민들은 감탄했다. 그러나, 그들은 어화둥둥 귀여운 아이들일세, 하며 그들의
놀라운 예술적 성취를 마치 학예회 아이들의 재롱인양 취급한다. 객석에서
어깨춤을 추는 노인들이 공연하는 사람 붙들고 어화둥둥 하는 꼴을 보면, 그
단원들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으면 아마 기생방 차릴 태세라고 우려했다면
나의 기우가 심한 것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TV를 통해 소년예술단을 취재하는 미디어의 무식과 무례를
보면서 새삼스레 깨닫는 것은, 우리 앞에서 갖가지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엔터테이너들에 대한 시각이 북과 남이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다.
북에는 예술가가 없다?
북한엔 예술가와 연예인의 구별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예능인'이라는 말
하나로만 엔터테이너를 칭한다. 우리보다 못산다고 은연중 업신여기고 있는
북한 인민들은 그러나 기본적으로 예술가=엔터테이너에 대한 존중이란걸
사회적으로 깔고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훨씬 양식있는 사람들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인민배우'라고 칭송하고 존경을 받으나 그 인민배우 역시 자기가
엔터테이너임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남한 사람들은 '예술가' 하면 한정없이 우러러 볼, 저 멀리에 있는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고 '연예인' 하면 당장에 찜쪄먹어도 될 심심풀이 땅콩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바로 이것이 남한의 예술이 이렇게 빈한하고,
소통이란게 너무 없는 꼬락서니를 보이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대중과
교류할 수 있는 언어를 개발하지 못한 것이 무슨 살아있는 예술이며, 자기가
무슨 예술인지 뭔지 자각도 책임도 자존심도 없는 것이 무슨 예술인가.
아직도 조선사회인가?
예술가=엔터테이너들을 존중하는 버릇이 없는 것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조선
왕조 사회와 별다를 바 없는 사회에 살고있다는 것을 확실히 증거한다. 나이
많은 세대들은 장유유서는 알되 예능인을 존중하는 것은 모른다. 젊은 세대들
역시, 배운게 그것밖에 없어서인지 예술천시를 따라한다.
남한에서 문화란 걸 얘기하고 싶다면
앞으로 문화산업의 시대 어쩌구 말만 할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빈깡통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한국, 즉 남조선에서 가장 급한 것은 대중예술을 주요
예술로 인정하고, 특히나 대중음악에서 그 저열한 업계의 작태를 종식시킬
방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표절에 대해서 엄정하고 신속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시급하다. 제도적으로 혼줄을 내지 않고 자체 정화시스템을
바라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산업'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짜가 브랜드를 입고 짜가 음악을
들으며 짜가 감수성을 형성하는 인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음악도, 어떤 문화적
성취를 기대할 수 없다. 부끄러움도 수치도 모르는 문화에 절은 사회에서 무슨
변화를 성취를 기대한단 말인가?
개인들은, 꿋꿋하게 자기길을 가고, 네트를 통해 연대하고, 사회의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포맷 자체가 너무 엉터리라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적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반드시, 책임과 권리를 창작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예술가에 대한, 예술에 대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가능해진다.
2000.9.24
-> 우뇌적 한국인의 한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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