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7 가지 오해

예술은 본래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늘 '본래'라는 말의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흔히 어떤 사물의 역사적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그 역사적 기원을 현재 사물의 본질로서 정립하는 기능을 하며, 반대로 현재 사물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과거의 역사적인 기원 역시 설명해준다고 사기치는 일이 허다한 용어이다.

우리의 논의는 현재, 예술이 신성하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역사적인 기원에서는? 최소한 서양에서는 계몽주의 이후 예술의 독립이 실현되면서 예술을 신성시하는 움직임이 한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버릇은 그때까지 예술이 종속되어 있던 종교 의식의 신성성을 잊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예술이 유일무이한 신성함의 그늘에서 벗어나면서, 예술은 자체의 신성성을 주장하게 된다. 이것이 예술의 자율성, 예술작품의 유일무이한 가치에 대한 굳은 믿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착각은 곧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어디까지나 인간생활의 중요시점마다 함께하는 예술은 가장 일반적인 문화생활 형태, 오락에서 자신의 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개 낡은 사물이 사라져도 그 사물의 관념은 한참동안 없어질 생각을 안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엄청나게 어리석고도 놀랍게도 잔존하고 있는 망상에 대해서는 한 가지 답변을 던질 뿐이다. 그대는 아직 몰랐단 말인가? 클래식이 컬트란 사실을? 클래식음악은 정확하게 컬트이다. 소수의 열광하는 관중, 소수지만 나름대로 열정과 권위와 시스템을 가지고 존재하는 전문가, 예술가들.

'과거에'란 말은 필요없다. 과거는 언제나 현재의 기억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예술은 현재 오락이며 '놀이'라는 말로써 자신의 전시대를 채색한다. 아니, 본래 예술은 놀이였다. 오락이라는 사실에 특별히 실망하거나 할 것은 없다. 모든 오락을 내일의 노동을 위한 레크레이션과 등치시키는 소심한 서구의 지적 전통에 절은 자들이나 생명력의 분출의 다양한 방식에 대해 회의할 뿐이다. 영화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근대소설도, 어디까지나 시작은 대중의 오락거리였다. 물론 어떤 옷을 입히던 간에 지금도 그렇지만.

자율적인 예술과 그렇지 못한 예술이 있다고 주장했던 칸트씨는 자율적인 예술을 구성하는 요건으로 '무관심성'을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길을 걸어가는 날씬한 아가씨 혹은 예쁜 남자에 대해서 딴생각-관심을 품고 바라보는 것과 자율적인 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운을 내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옷을 잘 입는 것 등은 예술이 될 수 없다. 딴생각을 하고 바라보는 아름다움이란 미적 행위가 주는 자유로움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여러 형태로 재생되곤 하는 이러한 청교도적인 미론은 현실 속에서 늘 경험적으로 부정된다. 원래 딴생각과 관련이 없는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신앙이 되었건, 구애가 되었건 간에.

18세기적인 예술의 관념과 현재 보는 예술의 실체 사이의 단절을 인정한다고 해서, 예술이 죽었다고 할 필요가 있을까. 관념의 죽음은 피를 흘리지 않는다. 차라리 '예술은 없다'가 맞는 반응일 거다, 하지만 난 예술이라는 말을 계속 쓰기 위해 살려두기로 하겠다. 오락이나, 환경으로 깨끗이 분리되지 않는 자체의 전자기장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는 픽션을 구성하는 스토리와 인물과 구조의 확립된 전통, 민생고에 관련된 활동과 구분되는 '여분'의 물건들의 독특한 위치에 의한 것이다.

혹은 광주 이후의 우리는 배꼽티를 입을 수 없다!?

사이버문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환상에 빠지지 쉽다. 만약 사이버스페이스를 고립된 한 주체와 다른 주체를 이어주는 하나의 장으로서 생각하고, 사이버문학을 주체들간의 의사소통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율적 주체의 해방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적 주체란 계몽주의의 후예들이 자신의 지적능력과 부르조아 사회의 규범을 합쳐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예술작품은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서 독립하며, 그때부터 예술작품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물리적 재료로 한정된 만큼 독자성을 지니며 여기에서 제각각의 향수가 가능해지고, 새로운 감각의 길-건축, 기간공사-이 열린다. 소통의 개념은 부차적인 것이다. 어쩌면 부르조아의 상품의 교환 이미지, 그것이 산업혁명의 과정을 거쳐 두뇌에 도달한 여독일 뿐인지도 모른다.

요리는 아직까지는 예술이 아니다. 어떤 전문가와, 콩쿨과 시스템과 미학이 갖춰진다고 해도.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요리를 자기의 '본분'으로서 청소와 빨래, 집안간수, 육아라는 비예술활동과 함께 지니고 있는 한은, 절대로 예술이 아니다.

아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