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며느리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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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측면에서 요즘 한겨레에서도 간혹 보이는 '외국인 며느리'라는 단어 선택에 매우 유감이다. '며느리'라는 이름은 의무밖에 없는 이름이다. 긴긴 세월 이 땅의 여성들이 '남의 집'으로 시집가서 사람다운 대접을 못 받고 살면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들 생산'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아들. 아들'하는 못난 모습들을 볼 수 있는게 아니었던가? (여자와 아들의 한국인됨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남자의탄생을 참고하시길.) 그리고 한 여성에게 있어서, 사회적으로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권익이 높아지는 것이 이득이지만 그 여성의 제한된 사회의 중심이 되는 가정에서는 아들의 권익을 위해 며느리의 권익은 되도록 줄어들고 그 의무만 많아지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그 여성은 남녀평등을 거부하고 불평등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며느리'의 권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단지 그들의 의무는 남편 잘 모시고 자식 잘 낳아 기르는 것일 것이라고는 대개 추측해볼 수 있을 뿐. 새로운 문화권에서 온 여성에게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그들이 갖고 올 수 있는 문화의 향기를 어떻게 우리가 갖고 있던 것과 아울러 다른 무엇을 만들어내어볼 수 있을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왜냐면 그들은 '며느리'이고 며느리의 할 일은 위의 핵심 의무일 뿐이니까.

만약 며느리가 아니라 '아내'라면 혹은 남의 아내니까 높혀불러 '외국인 부인'이라면 아니면 그냥 한 '외국인 여성'이라면 그들에게서 우리는 여러가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요리, 새로운 패션, 새로운 노래, 새로운 삶의 지혜들. 가장 천박하게 혹은 생산적으로 접근해보자면 그들에게서 창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장들이 열리는 것이다. 친한 이웃이나 친구가 된다면 나의 세계가 넓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며느리' 대신에 '외국인 아내' 혹은 '외국인 부인'이라고 부르자. 신혼일 땐 '외국인 신부'나 '외국인 새댁'도 가능하다. 아이를 낳으면 '외국인 엄마', 크면 '외국인 학부모'가 될 것이다. 굳이 한국에 있는 한국남자한테 시집온 것을 강조해야만 하겠다면 '결혼 이주 여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더 중립적인 용어일 수도 있다.

남승희

2007.4.3 시사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