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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사회를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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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트렌드의 제3법칙: 패션은 사회를 반영한다.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패션은 단연코 팔랑거리는 미니스커트다. 몇 년 전부터 열심히 불던 공주풍과 걸리룩의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아무튼 90년대 상반기 타이트 미니스커트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고, 게다가 살색 도착증에서 벗어나 개성과 보온성에 중점을 두는 패션 스타킹이 같이 유행하고 있는 덕에 웬만큼만 추우면 입을 수 있어서 겨울에도 발랄한 소녀풍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미니스커트를 권하는 사회

미니스커트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날씬한 다리를 자랑할 수 있다는 데에 있겠지만, 나는 그 못지 않게 어린 소녀적의 옷을 다 큰 여자들이 입는다는 즐거움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스커트라는 것은 60년대 이전에는 이 세상에 없었던 패션이다. 좁은 허리도 드러낸 등도 골반 분할선도 다 예전에 있던 것이지만 미니스커트는 없었다. 이것은 어엿한 여자들이 대낮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좋은 세상이며 여권이 신장된 증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니스커트는 기성사회에 대해 젊은이 세대가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한 방편이 되었던 것이고 '어리다는 것을 자랑하는' 젊음우대 사회로 진입하는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 패션은 사회를 반영한다.

코르셋 이후의 사회

20세기 여성은 코르셋을 벗어던졌고, 심지어는 노브라도 어느 정도는 확산되었다. 보조물을 탈피하고 몸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은 백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근육 트레이닝과 성형수술, 요즘엔 피부맛사지와 요가다. 더 이상 눈에 확 띄는 비싸고 화려한 옷이나 장신구가 아니라 돈들인 티가 날듯 말 듯한 단순한 옷안에 숨은 단단하고 날씬한 몸매가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는 세상이다. 단순성과 실용성을 기본으로 하는 패션 대세는 (적어도 이번 세기 안에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몸짱 대세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문명은 몸을 안 움직이고도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냥은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고 따라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게 사람들을 추동할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성적 매력과 부와 성공의 증거는 훌륭한 이유가 된다.

첨단 소재, 진보인가 사치인가

20세기는 코르셋만 집어던진 게 아니라 스포츠복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일상복화하기도 했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업혁명의 이익을 대중들도 받아챙기게 되면서 '여가생활'이라는 것이 새로이 발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스포츠란 왕과 귀족들만이 즐기는 것이었다. 먹고살기 위한 노동에 지친 사람은 스포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스포츠가 몸을 움직여 먹을 것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문명이 만개함에 따라 부르조아의 손을 거쳐 대중들의 것으로 확산되었고 스포츠웨어는 일상복으로 더 나아가서는 외출복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스포츠웨어는 인간의 한계와 사치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학기술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이 기술 진보를 추동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기술 진보는 패션을 바꾸기도 한다. 서양의복이 고대의 원피스 형태에서 현대의 상하의가 나뉜 형태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13, 14세기의 갑옷의 혁신이었다. 고리갑옷이 판갑옷으로 바뀌면서 허리분할선이 생겼고, 또 옷이 몸에 딱 맞게 되었기 때문에 단추를 달게 되었다. 나일론이나 고어텍스의 역할이 다소 사소하게 보일 지경이다.

기술 진보는 사치와 낭비를 위해서 이루어진다. 전쟁 때문에 기술이 발달한다고도 하지만 전쟁만큼 인생에 필수적이지 않은 낭비는 없는 것이다. 부와 명예, 학식이나 취향의 과시쪽이 좀더 쓸모 있는 낭비라고 본다. 합성염료가 없던 옛날에는 보라색 염료가 귀했기 때문에 보라색 옷은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귀했던 것은 흔해지고 어제의 사치품은 오늘의 생필품이 되었고, 이와 함께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귀한 것이 생겨난다.

그래서 스포츠는 이 시대 귀족성과 여유와 사치의 첨단이다. 전문 산악인이나 서퍼가 아닌 사람도 첨단 소재의 운동화를 신고서 위세를 떨어보고 싶어한다. 세탁기나 전자오븐도 일상 속의 첨단 과학기술의 사치이지만, 그것은 노동을 대체한 것이라 본래부터 순수한 낭비의 영역에 속한 것은 아니다. 첨단 홈시어터는 순수 낭비이자 문화의 영역이지만 입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자랑할 수가 없다. 패션과 대등하게 최첨단 개인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동통신장비 정도다.

유행의 시대 이후

산업혁명은 너무나 많은 상품들을 이 세상에 쏟아내었기 때문에 이 물건들을 다 쓰기 위해선 먼저 수요를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 '광고의 시대'의 진실이다. 유행 역시 이렇게 빨리 도는 것은 전적으로 산업의 요구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대해 더 이상 양식은 없고 유행만 있는 시대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그것을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유행의 시대가 이제 충분히 무르익어서 동시에 수많은 유행 중에 취사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예법에 따라 입었지만, 우리는 기분에 따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는 컴퓨터와 임금인상, 교육수준 향상의 합작으로 인해 다시금 개개인의 개성과 조건에 딱 맞는 맞춤옷과 구두, 악세서리들을 만들 수 있는 맞춤시대가 올 것이다. 부나 젊음 이상으로 개성과 취향을 자랑하는 것은 효과적으로 산업을 발달시키고 복지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내가 누누이 개인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도 실은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남승희

캠퍼스스타일 트렌드스토리 일곱번째 스토리 패션트렌드 후편 2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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