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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한겨레 기고

심상정 민노당 의원이 아주 참신한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이른바 '큰 옷 제작 의무화'. 모든 사이즈의 여성들이 옷을 살 수 있게 하자는, 55 권하는 아니 요즘엔 44도 권하는 사회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치료책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안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젊은 여성이 옷을 사려고 하면 대개 55밖에 없다. 백화점이나 가야 66까지 2 가지가 보장된다. 55사이즈는 80년대에 만든 키 155, 가슴둘레 85cm를 기준으로 하는 여성 사이즈인데 90년대 이후론 키가 160으로 둔갑했고 갈수록 슬림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150 이하의 여성이나 170 이상의 여성이나 젊은 취향을 만족시키는 옷을 사려고 하면 대략 160에 85 '표준' 사이즈의 옷을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66을 구하려고 한다면 백화점에서 옷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가져야 하며 아니라면 선택의 폭이 몹시 좁아진다. 게다가 요즘엔 황당한 44열풍으로 66마저 밀려나고 있는 형편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옷은 사람에게 잘 맞아야 그 사람을 아름답고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와 취향 모두를 말한다. 자기에게 헐렁한 옷을 입거나 꽉 끼어서 숨쉬기도 어려운 옷을 입는다면 정말이지 폼이 나지 않는건 상식이다. 그런데 어떻게 키 160을 한참 넘어가는 수많은 요즘의 젊은 여성들이 55를 입을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날씬 또 날씬하게 되어 입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 백화점 66이라도 입는 것이다. 170 넘는 여성들이라면 두 가지 다 필수다. 아니라면 엄청난 유전적 대박을 터뜨린지 얼마 안 되었거나 피나는 노력으로 모델급으로 몸매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자기를 예쁘게 보이게 할 옷 한 벌을 사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미션이 되어버린 여성들이 많아야하는가? 왜 일반 여성이 모델 수준으로 날씬하지 않으면 자기가 입을 옷을 사지조차 못 하게 되어버렸는가? 일차적으로는 잘 나가는 여성의류업체에서 '날씬하고 잘 나가는' 여성들만이 자기 브랜드를 입을 수 있도록 사이즈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동대문 및 저가 시장에서는 아예 여러 사이즈 제작 부담을 싹 다 소비자에게 전가해 주로 원사이즈(55)를 만들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여성의 상품화니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탓을 하며 의류업체에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두어야할 사실은 지금부터 20년 전까지만 해도 고가이든 저가이든 간에 대부분 여성의류점에서는 3, 4 가지의 사이즈를 구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77이 빅사이즈 취급을 받는 것이 어느 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인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77도 당당한 기본 사이즈였고 44 입는 여성도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사람의 체격이 다른 만큼 옷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오로지 의류업체의 이윤극대화 외에는 별이득도 없는 일을 위해서,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미디어의 포화 속에 55 입는 여성만 젊고 아름다우며 매력있는 여성이고 나머지는 다 떨거지다 라고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을 압박해대는 지금 우리 사회쪽이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여성의류의 사이즈 문제는 단지 옷 사는 데 불편한 일부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55 권하는 사회 속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의 자아존중감과 복지권의 문제인 것이다. 단지 55 사이즈 옷이 안 들어간다는 이유로 비만은커녕 살찐 편도 아닌 정상적인 체형의 여성들이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아존중감이 위축되고 건강에 나쁜 잘못된 다이어트의 길로 빠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 사이즈를 구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져야한다. 특히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은 아직 세상경험이 부족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하지 못해 미디어의 폭격에 더 취약하며 외모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현상황은 젊은 여성들이 자기를 사랑하고 정상적인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주어야 할 때이다.

자아가 건강하게 서지 못 하면 인생은 행복하지 못 하다. 피곤하고 슬퍼진다. 현대사회에서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의 자아존중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자기 외모에 대한 느낌이라는 점은 그 어떤 이론으로 격파하려고 해도 부정될 수 없는 사실이다. 자기 외모를 긍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긍정을 위한 조건이다. 사람마다 다 조건도 욕심도 다르지만 아무튼 타고난 신체조건만이 다가 아니고 자기가 갈고닦는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원칙적으로는 모두 다 행복할 가능성은 있는 셈인데, 이 노력부분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예쁜,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입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가장 간단한 방법이 55가 아닌 여성들에겐 심하게 제약되어있으니 이것은 기본 복지권 침해다. 자기의 취향과 욕망을 만족할 수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다면, 괜한 다이어트를 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이 미디어에 거리에 넘쳐나더라도 쟤들은 좋겠네~ 할 뿐 흔들리지 않는 자기애를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조건을 지금 우리 여성들은 박탈당하고 있다.

사람 몸에 옷을 맞추면 될 일을 가지고 옷에 사람 몸을 맞추기 위해 그 많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섭생, 여성권익의 박탈이라는 사회적 낭비를 계속할 것인가? 옷이 팔리고 다이어트 상품이 팔리는 한 문제없는가? 아니면 이 문제가 먹고 사는 일에 비하면 사소한가? 혹 영세 의류업자만 죽으라는 잘못된 정책인가? 어느날 갑자기 여성복 전체를 바꿀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의류업체의 사정을 고려하고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몇년간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3 개 사이즈를 의무화한 뒤 4개로 확대한다든가, 백화점 및 고가 시장부터 차등적용한다든가 하는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열에 여덟만 맞으면 그것만 팔고 나머지가 싹 없는 한국의 싹쓸이 문화가 기실 여성복만의 문제는 사실 아닌만큼, 사이즈 다변화 정책을 먼저 여성복에 적용하고 그후 신발 등에 확대적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만 하다. 이 문제의 중요성을 여성부는 외면치 말고 심상정 의원과 협력해서 중요 정책으로 실행해주기 바란다. 이를 여성들의 실질적인 복지를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들을 촉발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남승희

2007.7.4 시사코멘트

see also [WWW]심상정 의원 "여성에게 큰 옷을 허하라" [WWW]"헌법소원 낼 일" vs "사회 분위기 선도”
[WWW]그들의 환호? 그녀들의 반란? “44가 대세” [WWW]‘44사이즈 대세론’ 그녀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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