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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부천영화제] 단편2 상영후 Q&A

<배달왔습니다>의 감독 매튜 로스와 프로듀서 모님의 Q&A가 있었다. 길고 긴 Q&A를 접하고 보니 훌륭한 영화감독이 갖춰야할 것은 ‘재치와 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영화비평주의]에 물들은 관객들의 우문에 단칼로 쳐내는게 아니라 재치있는 현답으로 친절하게 답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명문명답

초반의 명질문은 2 가지가 있었다. 1) 영화 끝나고 나서 ‘어떤 인형도 이 영화를 찍는 중에 부상당하지 않았습니다.’는 자막이 올라가는데, 실제로 그런 것인지? 2) 홈쇼핑중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인데 FedEx 회사측에서 흔쾌히 허락을 했는지?

먼저, 인형에 관한 자막은 유머로 삽입된 것이며 안타깝게도 인형은 실제로 목이 잘렸다고 한다. 그리고 목이 잘린 인형은 주연급 인형의 대역이었으며, 목은 톱으로 잘랐는데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FedEx측에서는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매우 좋아하면서 배달차와 운전사, 박스, 유니폼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며, 아주 재미있게도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것은 영화 속 FedEx 직원의 행동에 관한 것인데 먼저, 배달을 갈 때 뛰지 말 것, 그리고 좁은 문틈으로 상품을 전달할 때 직원이 밀어넣지 말 것. 언제나 완벽한 써비스를 자랑하는 FedEx의 자신감과 아량, 그럼에도 치밀함이 돋보이는 반응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전에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친근해진 FedEx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졌다.

우문현답

그후 줄줄이 이어지는 [한국의영화비평주의]에 물든 관객들의 지지부진한 질문에 대해 매튜 로스 감독은 특유의 Good Question!이라는 제스처로 시작해서 허를 찌르는 답변을 했다. ‘이러이러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요?’하는 자기가 기자인양 착각하는 관객, 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 의미라고 보는데...‘(별다른 질문 없음) 하며 Q&A 시간에 비평을 하고 앉은 관객의 연타는 듣는 사람을 몹시 괴롭게 했다.

하지만 Good Answer가 나머지 관객들을 구원해주었다. 그래서 박스의 메타포는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는 것이라는 명언도 나왔고, 여자는 홈쇼핑을 계속하고 남자는 신문 읽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human nature' 때문이라는 명언도 나왔으며, 분리된 두 사람이 실제는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깨달음을 얘기한 Good Question에 대해서는 아마도 ‘화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라놓아야 한다’는 명언이 나왔을 것이다. (워낙에 관련이 부족한 문답이 연이어져서 기억이 막 섞였다. 연결은 정확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실제가 아닌 환상으로 봤다는 질문 아닌 비평이 있었는데, 상자틈 조그만 네모칸 안에 들어온 남자의 모습은 환상의 장치로 충분히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감독은 신선한 발상이라며 좋아했는데, 내 생각으론 그 관객이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앞서 <벽에 기대어>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타깝게 스러진 기대에 대한 미련을 아직 못 버린 상태에서 <배달왔습니다>의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보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단편영화를 한꺼번에 보는 [단점에서오는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의 자세, 주최측의 책임

한국 영화관객의 좀 심한 비평주의가 이런 영화제에서 더 밀집방출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객은 관객으로서 지켜야할 예우가 있는 것이다. 관객은 영화를 충분히 즐기며, 또 운좋게도 Q&A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감독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로 궁금한 것, 그리고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고 그 기회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든 것을 물어봐야할 것이다. 영화의 각 요소들의 의미나 구조 등속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비평할 일이며, Q&A 시간이 아니라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 탐구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부천영화제측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통역자가 단지 통역만 할게 아니라 마이크 잡은 사회자로서 좀더 적극적인 개입을 해서 관객들이 요령있게 질문하고 알찬 답변을 받아 풍성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압박해주는게 필요하겠다. 그리고, 쓸데 없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관객 한 사람당 질문을 1개로 제한하고 반드시 서서 큰 목소리로 질문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이크 잡았다고 자리에 편히 앉아서 제하고싶은양 우물거리는 것을 방지한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공론의 가치가 있을 만한 질문만 스스로의 질문이 명료화된 상태에서만 질문하도록 한다면, Q&A 시간을 갖는 모든 관객들과 감독들은 지루함과 짜증을 느낄 위험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부천영화제 사이트에 개선을 바라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티셔츠 한장 받았다.


[영화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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