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3
2편의 배신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총평을 해보자면 2,3 편은 그냥 한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래야 2편에서 설계자 만나서 아니! 하고 전환하는 장면은 승(기승전결 중)에서 전환하는 지점이 되고, 그후는 내리장장 비장미로 꽂아야 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2, 3편을 합쳐서 이야기를 만들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고,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4시간으로 만들어서 중간에 10분 쉬고 보면 된다. 매트릭스 2, 3의 실패는 제작의 부재다. 감독들이 지맘대로 애니매트릭스나 빠방하게 만들고 할 얘기 다 하고 싶다고 느려터진 2, 3편 만들게 내버려둔 것이 잘못이다. 물론, 감독들의 판단력 부족이 먼저겠지만, 미국 영화니까 하는 얘기다. 1편으로 거둔 성공에 얹혀서 두번 해먹겠다는 욕심이었던 건지.
(비슷한 시기의 블럭버스터 연작 반지의제왕 역시 쓸데없이 길게 늘인 점이 비슷하다. 헐리우드에 문제가 생긴 조짐이 아닐까? 인디씬 및 외국의 감독들을 대거 받아들여 자신의 피를 새롭게 하고 있는 헐리우드의 전략은 매우 타당해 보이지만, 감독 지상주의로 가도 역시 제작자 지상주의 못지 않게 영화가 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를 해주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니 그 오라클이 다시 나타난 이유가 뭐고 또 어떻게 네오와 스미스요원이 짝을 이루고 등등 토론거리가 많아서 일면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해도, 영화 보면서 머리싸움하는 건 기본적으로 2 시간으로 끝내야지, 몇달씩 질질 끄는 것은 정말 김새는 짓이다. 만약 '다음주 이 시간에'라면 용서해 줄 수도 있지만 말이다. 2, 3편에 걸쳐서 잔뜩 늘어놓은 프로그래밍이니 음양철학의 알레고리를 가지고 뭐라고 뭐라고 떠들어줄 가치가 있으려면, 영화를 좀더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다.
2, 3편의 실패를 또 다르게 보자면 비장미의 실패다. 괜히 시온의 '건강한 인민들'이 주구장창 나와 비장미를 의도하는데, 일단 그렇게 길게 나올 필요도 없었고, 만약 1편의 '테크노적인' '하드코어적인' 감수성을 비장미로 바꾸려고 생각했었다면, 2, 3 편을 붙여서 그냥 1편과 대조를 크게 시키는 편이 백배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2편에서 시온이 망했다고 대사가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착각을 한 건지 번역이 잘못된 거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