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데드...으아악 셈레이미
나우누리 빛그림 시네마에 drypoet라는 이름으로 96/06/29 올린 글
이블데드 123편을 다 보고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조금 늦었지만-어제 봤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선전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샘레이미는 정말 물건이었다! 가 내 결론이다.
난 <다크맨>을 보고나서 샘레이미한테 뻑갔다. 실은 <허드서커 대리인>부터라고 해도 좋은데, 각본을 코엔과 같이 썼고, 허드서커대리인의 곳곳엔 샘레이미의 씻을수없는 흔적이 뿌려져 있다 광각렌즈와 엄청난 원근감,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 화면에 공존하는 극클로즈업과 극롱샷이다. 이건 퀵앤데드를 보면 거의 장난이 아니게 심해져 있는데, 요것이야말로 샘레이미의 특허이자 MTV시대의 결정판이 아닌가 한다
렌즈에 의존하는 그의 테크닉적인 장난은 물론 그와 우리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지만 그것 하나만이 샘레이미가 아니었음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는것이 바로 '광분하여' 만든 그의 초기작 이블데드 시리즈다. 1편을 보면 돈이 확실히 없음을 팍팍 티를 내는데, 그것이 그렇게 귀엽고 재밌을 수가 없다 엄청나게 흔들리는 헨드헬드카메라, 거의 장난이 아닌 진흙애니메이션, 퍽퍽 아낌없이 뿌려대는 피바가지가, 마치 '공포영화에 대한 미움과 사랑'을 한편 찍는듯하다. 하지만 툭툭 짜르고 넘어가는 내러티브의 진미에 맛들이다보면, 이 영화의 주제는 공포도 공포영화도 아니다. 아무리 봐도 망각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시작은 젊고 생각없고 하늘높은줄 모르는 젊은애들이 낡은 집을 빌려서 놀러 가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차에 타고 같은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하지만 제각각 떨어져 있다. 남의 일에나, 자기 일에나 철저히 무관심하고 따라서 기억력이란 게 없다. 초반에 귀신의 습격을 받는 몇개의 나우어진 에피소드 사이에서, 하나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만 아무말 않고, 그냥 즐거운척 건배를 하고, 그 다음엔 혼자서 나무들의 습격을 받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그 다음엔 귀신이 씌여서 눈동자가 없어지고 완전히 귀신모습으로 바꿔도 나머지 놈들은 쟤가 설마...하고 방관하고 있다. 분위기를 묘하게 하고 이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내러티브의 점프는 철저히 인물들의 '생각없음'에 기반하고 있다. 모르모토로 등장해 구르로 죽어간달까.
이 망각력은 2편에 이르러 정말 끝내주는 경지에 이르르는데, 1편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주인공은 2편에서 저번과는 다른 여자와 함께 보내러 그 낡은집에 겁도 없이 온다. 그 남자의 얼굴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어머나...쟤가 하는 짓을 봐서 1편이랑 이어지는 얘기가 아닌가봐 전혀 다른 사람인가보군 하면서 보게 된다. 앗 그런데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애인이 귀신들려 그 애인을 처단하는데 여자가 몸을 날려 공격하는(꼭 전설의 고향같은 그런 샷이다) 샷 다음을 그냥 커트하여 남자는 삽으로 땅을 파고 있다 (이거는 봐야 안다. 못본 사람의 재미를 위해서 지금부터는 자세한 설명을 자제하겠다) 이런 장난이 세상에.. 완전히 모르는 놈은 1편 보고와!식의 이 조크 이후로 주인공은 계속해서 망각의 모르모토와 기억력의 인간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관객을 가지고 논다. 나중에 이 집의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 속에서 '고참'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점점 1편의 기억을 회복하며 스스로를 귀신퇴치자로서 변형한다. 그러다가 결국엔 터미네이터가...되고 만다.
그래서 3편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완전히 아무 생각없는 슈퍼맨이 되어 성격형성이 끝난 다음이기에 지나치게 단순해서 재미가 적었다. 뭐든지 그 오묘한 과정이 재밌는 법인데.. <씨에스타>도 그렇고 저수지의 개들도 그렇고.
망각의 동물 장난, 극심한 오버액션 장난, 저예산 특수효과 장난, 가끔씩은 광각 장난... 해서 샘레이미의 장난은 정말 존경스러운 지경에 이르른다. 퀵앤데드 하나만으로도 왕가위의 뮤직비디오장난을 무찔러 버린 걸작으로 평가해준 나는, 이블데드에 이르러서는 새 감각의 영화, 의 첨단에 서있는 정말 독특한 감독이라고 그를 평하고 싶다. 제인캄피온도 대단하고 린치도 대단하고 MTV나 CF 출신의 감독들도 대단하지만 이젠 모두가 따라하는 새로운 영상감각의 홍수 속에서도 정말 '깨는' 영화, '깸' 그 자체라고 할만하다.
--고문서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