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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ness Positive Feedback Man

어느날 갑자기 그들은 찾아왔다. 팍팍하고 거칠기 그지없는 서울 도심의 매너, 어느 국제 도시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타인에 대한 완벽한 무신경과 배려없음, 특히나 젊은 것들과 남자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싸가지 없는 공공예절이라는 일상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그 변화를 느낀 것은 노인들이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이나 기타 계단을 오르내리려는 노인들은 즉각적으로 달려오는 더없이 예의바른 젊은이들의 친절에 몹시도 반갑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어지러운 표지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중년들도 마찬가지로 친절하고 예의바른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꼈다. 그 젊은이들은 요새 흔히 말하는 '이기적이고 나태한 젊은이들'과는 추호의 공통점도 없는 듯이 보였으나, 깨끗하고도 절도있는 그들의 매너는 과거의 농경민적인 친족 매너와는 전적으로 괘를 달리하는 도시 속에 사는 '공공정신을 지닌 개인'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먼저 놀라워했으며, 기꺼워하며 또한 궁금해했다. 언제부터 젊은이들이 이토록 훌륭해진 것일까? 자기중심주의만을 실천하던 많은 젊은이들도 이제 은근한 주변의 압박 속에 자연스럽게 관용과 질서, 배려의 미덕을 배우는 듯이 보였다. 드디어 신문사설에서도 '달라진 젊은이들'은 언급되었다. 전문가들은 탈정치세대 이후의 젊은이들이 2002년월드컵을 계기로 공공의식의 포지티브 피드백을 이루어 변화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놀라웁게도 전격적인 칭찬 속에서 친절맨들의 훌륭한 매너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기사도의 미덕에까지 이르렀으며, 이를 두고 여성계와 사회일각에서는 남녀차별인가 올바른 매너인가의 논쟁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논객들이 '좋은 매너'를 둘러싸고 적정한 기준에 대해 논박을 벌였으며, 일부 상상력이 지나친 이들은 최초의 파란을 일으킨 친절맨들의 정체는 정부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안드로이드이며, 어떻게 안드로이드를 인간사회에 적응시키며 또 그로써 인간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라는 음모론까지 내놓았다. 몇몇 보행자의 친절이 어떻게 전체의 매너지수를 높일 수 있는가를 복잡계 이론을 통해 보여주는, 아주 탄탄한 논리에 기반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이 이론은 한국 정부는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할 자금이 없다는 간단한 논박에 수그러들고 말았다.

......

국가정보부 소속의 C씨는 인터넷 친절맨 논쟁에 대한 오늘의 점검을 마치고 다음번 회의에 제안할 아이디어를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민첩한 머리와 열린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만이 있는게 아니라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그러나 동료 P씨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취업이 어려운 대졸생들을 고용하여 고용안정과 사회정화를 동시에 이룩한다는 근사한 안-KPFM!을 받아들인 복지공작부의 유연한 머리를 지닌 윗분들도, 몇몇 자동차운전자의 훌륭한 매너로써 한국의 열악한 운전문화를 개선한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사려깊은 안목으로써 거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2003.2

남승희

SF소설

see also 제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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