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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이던가 잘 보지 않게 된 신문을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 연말이다 보니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인 와중에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받기 싫은 선물 리스트가 재미있다.

역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상품권.. 차마 현금이라고는 못 하고 상품권으로 만족하려는가 보다. 그리고 휴대폰이니 디지탈 카메라, MP3P 같은 n세대의 필수품 이동통신장비가 우위를 점거하고 있다.

가장 받기 싫은 리스트는.. 피부에 맞지 않는 화장품.. 이거 참 공감할 만하다. 정말이지 화장품만큼이나 자기에게 꼭 맞는 걸 써야하는데도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해외에 나가서 혹은 비싼거라면서 선물로 뚝딱~ 남에게 사주는 물품이 있을까? 먹지도 못할 꽃다발.. 이건 좀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성의없는 빨간 장미 한 다발에 치렁치렁 둘둘 감은 부직포 및 마직 잔치에 질렸다는 것이겠지.. 설마 미국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아주 예쁜 자그마한 꽃다발인데도 싫다고 했을까. 그런데 달랑 카드 한 장과 마음 선물? 이것 역시 좀 이해가 안 간다. 이 역시 성의없이 예쁠것도 없는 싸구려 카드 한장 달랑 사서 적당한 어구 찍 갈겨쓰고는 주면서 내 마음이야, 하고 받으라고 내미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까닭일까? 정말이지 왜들 그렇게 사는 건지 가슴 아픈 대목이다.

나는 크리스마스와 연초에 카드 선물하기를 즐긴다. 예쁜 카드들을 보면서 누구에게 주면 딱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참 즐겁다. 대개의 사람들에겐 이메일 카드를 보내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카드 한 장이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기분 좋게 하는 멋진 선물이 된다. 물론 예쁜 카드를 받았을 때도 기분 좋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카드를 받기란 좀 힘든 일이지만, 어쨋거나 카드를 고른 정성이 느껴질 때에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취향을 동시에 고려한 카드를 나는 주고 있으니까,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그 부분은 만족이다. '이렇게 이쁜 카드를 어디서 찾았냐'는 감탄을 예상하면서, 또 들으면서 즐겁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명절에도 생일에도 또 발렌타인 데이 및 기타 등등 수많은 데이들에도. 발렌타인 데이면 초콜렛 한 상자면 그만일텐데 백화점 전단지를 보면 남친이 받고 싶은 것은 가죽지갑에 혁대에 향수에 난리가 아니다. 그리고 데이들마다 온거리에 넘치는 바구니들, 그 바구니의 사이즈가 아니면 사랑이 도저히 전달이 안 되는 것일까 싶은 부담스러운 중량과 부피들, 좀 보기 징그럽다. 게다가 남의 결혼식만 가도 부조금을 내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다같이 선물에 대한 압박과 권태가 늘어나버린걸까? 주는 사람의 부담은 크지만 그만큼 받는 사람의 즐거움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리스트를 보면 그렇다. 비싼 이동통신장비 혹은 진짜 바라는 무엇보다는 싼 꽃다발이나 기타 등등으로 선물을 때우려는 필사적인 몸짓이 느껴진다.

이보다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나 신중하게 받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선물을 고른다면 좋을 것 같다. 카드 한장을 싫어할 사람에겐 다른 조그만 선물을, 반길 사람에겐 아아주 예쁜 카드 한 장을 선사해보는 것이다. 주는 쪽는 받는 쪽도 부담이 없는 선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부담이 없다는 것은 자금을 많이 투입하지 않았고, 또 그 선물을 수납하는데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아무리 애써서 비싼 선물을 골라도, 안 입고 안 쓰면 다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카드는 실패해야 종이 한 장의 걸리적거림뿐이다. 카드를 대체할 만한 예쁘고 자그마한, 좋은 선물이란 것은 참 어렵지만.. 인사동 혹은 [WWW]1300K에서 파는 물건들 중에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보는 눈이 없어서..'와 같은 약한 소리하지 말자. 아무리 그런 쪽으로는 꽝인 사람이래도, 한 번에 30분씩 투자해서 3번만 멋진 카드를 고르는 일에 집중해보면, 그리고 카드를 파는 사람에게 이거와 저거 중에 어떤 것이 예쁘냐고 물어보는 훈련과정을 거치다보면 틀림없이 예쁜 카드를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취향에 딱 맞는 카드를 고르지 못 하더라도, 딱 맞는 예쁜 카드를 고르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표가 나게 되어있다. 정성 들여 쓴 글귀, 카드를 주는 태도에도 드러난다. 사실 가장 받기 싫은 선물 목록에 카드가 올라간 것은 그 '성의 없음' 때문이지 '카드'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카드만큼 마음을 보여주기 좋은 선물이 없다.

문화코멘트 2004.12.19

see also 데이들에대한단상 예쁜거 개인화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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